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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주간경향> [비상식의 사회] 이주노동자 노동3권 외면하는 대법원 조회수 2014-11-02
[비상식의 사회]이주노동자 노동3권 외면하는 대법원
 
     
당연히 대법원은 신속히 판결을 내려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고, 부당한 차별과 탄압에 맞서도록 해야 함에도 7년이 넘은 지금까지 판결을 미루고 있다. 결국 이주노동자를 법 밖에 방치해 놓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헌법 제33조 1항은 노동자의 최소한의 인간적 권리 보장을 위해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즉 노동3권을 인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헌법의 구속력이 미치는 범위 안에 이주노동자도 포함되므로 이주노동자도 당연히 노동3권을 누릴 권리가 있다. 이 당연한 권리가 대법원이 직무유기를 하며 미적거리는 사이에 무시당하여, 이주노동자들은 노동자로서의 인간다운 삶을 유보당한 채 탄압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인종, 국적, 언어가 다른 외국인 이주자들의 급증이다. 안전행정부의 2012년 외국인주민현황 분석에 따르면, 외국인 주민의 수는 140만9577명으로 총 주민등록인구인 5094만8272명의 2.8%로 파악되고 있다. 전체 인구에 비해 외국인 거주자의 비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최근 20년간 급작스럽게 일어났다는 점에서 한국 사회에 주는 반향은 매우 크다.

특히 1990년 이후 이주노동자나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에 정착한 이주민이 늘어나면서 많은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데, 그 중에서도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은 심각한 상황이다. 2004년에 도입된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3권은 보장하지 않는 무늬만의 제도라는 비판을 받는다.

‘외국인근로자의고용등에관한법률’도 고용에 관한 모든 권한을 고용주에게 부여함으로써 이주노동자를 전적으로 고용주에게 종속되게 만들었다. 그 결과 이주노동자는 작업장 내에서 착취와 차별, 학대에 매우 취약한 상황으로 내몰리게 되었다.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지난 4월 27일 열린 2014 이주노동자 메이데이(노동절) 행사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출국 후 퇴직금 수령제도 철회와 이주노조 합법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착취와 차별에 시달리는 이주노동자
고용허가제의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첫째 사업장 이동의 제한이다. 아무리 사업장의 근로조건이 열악해도 근로자 마음대로 타 사업장으로 옮길 수 없다. 고용주가 동의해야 사업장 변경이 가능하다. 그렇다고 정부 차원의 근로감독이나 근로조건의 개선 노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주노동자들은 고용주에게 매일 수밖에 없다. 강제근로에 노출되더라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둘째는 단기순환의 원칙이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거의 10년간 체류를 하더라도 계속적으로 임시노동자로서의 불안정한 지위를 가질 뿐 정주의 권리는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가족 초청이나 동반 역시 원천적으로 봉쇄된다. 셋째는 불안정한 체류자격으로 인한 취약한 노동 권리이다. 고용주가 동의해야 체류 연장이 보장되는 상황에서 노동3권은 그림의 떡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고용주는 근로조건 개선 없이도 안정적으로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지만, 이주노동자들은 열악하고 부당한 처우를 받으면서도 이에 대해 문제제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한국 정부는 이런 문제에 대해 내국인 일자리 보호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변한다. 하지만, 고용허가제는 한국인이 기피하는 열악한 사업장에 이주노동자 고용을 허가하는 제도로서, 결국 저임금으로 강도 높은 노동을 강요하는 불합리한 제도임이 분명하다. 내국인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이주노동자를 저임금으로 고용하지 못하게 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반대되는 정책을 운용함으로써 내국인 노동자의 고용기회를 오히려 줄어들게 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또 외국인고용법에서 규정하는 사업장 변경 사유에 해당되어도 실제로는 변경이 어렵다. 부당한 처우에 대한 입증 책임을 노동자에게만 묻는 것도 문제지만, 언어의 문제, 관련 법규에 대한 이해 부족 등으로 자료를 이주노동자 스스로 준비하고 제출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고용주들은 부당한 대우를 하고서도 확실한 물증이 없으면 인정하지 않는다. 근로감독에 책임이 있는 노동부도 이주노동자들의 문제제기를 경청하고 사업장 변경을 지원하는 역할보다 고용주들의 요구에 따라 사업장 이동을 억제하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더 큰 문제점이 되고 있다. 결국 고용허가제가 사업장 변경을 제한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장 3년까지 다년계약이 허용됨으로써 이전보다 더 심한 강제근로를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2014년은 고용허가제가 시행된 지 10년이 되는 해다. 그럼에도 이주노동자들의 기본적인 노동권은 지속적으로 후퇴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2014년 7월 28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이주노동자 출국 후 퇴직금 수령’ 제도이다. 이주노동자 퇴직금을 출국 후 14일 내에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미등록 체류자 감소를 명분으로 하고 있지만 실상은 이주노동자들의 퇴직금 받을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다. 출국 후 퇴직금을 받으라는 것은 실제 퇴직금의 차액을 청구할 기회를 차단한다. 뿐만 아니라 실제 본국에 가서는 금융제도의 차이, 수수료, 환율 등으로 인하여 퇴직금을 온전하게 받기 힘들다는 것이 대부분 이주노동자들의 반응이다. 무엇보다도 근로기준법 제36조는 근로자가 퇴직한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만으로 퇴직금 지급조건에 차별을 두는 것은 명백한 인종차별적 제도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노동기본권의 침해와 차별에 대해 이주노동자들이 단결해서 싸워야 한다. 그런데 그 주체인 노동조합의 설립을 대법원이 가로막고 있다. 우리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노동3권에 근거하여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들은 2005년 4월 24일 노동조합을 창립하고, 그해 5월 3일 노동부에 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이하 이주노조)의 설립신고를 했다. 그러나 노동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출입국관리법상 불법체류자이기 때문에 노동3권을 보장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이주노조 설립신고를 반려했다. 이에 불복한 이주노조는 법원에 노동조합 설립신고 반려 취소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 재판부는 노동부의 손을 들어주었다. 2007년 2월 1일 항소심에서 서울고등법원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라 하더라도 노동조합 결성권은 보장돼야 한다며, 이주노조 설립신고 반려는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주노조의 설립을 인정한 것이다. 노동부는 다시 고등법원 판결에 불복하여 그해 2월 23일 대법원에 상고했다. 당연히 대법원은 신속히 판결을 내려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고, 부당한 차별과 탄압에 맞서도록 해야 함에도 7년이 넘은 지금까지 판결을 미루고 있다. 결국 이주노동자를 법 밖에 방치해 놓고 있는 것이다.

이주노조 설립 판결 미루는 직무유기
그 사이에 정부는 이주노조 결성에 앞장섰던 아노아르 초대 위원장을 비롯하여 많은 역대 집행간부들에 대해 표적단속, 체류허가 취소, 출국명령, 다른 나라로 추방하는 등의 탄압을 자행했다. 국제노동기구(ILO)나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 등의 시정권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부나 법원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는 현재 세계 10위권에 이르고 있다. 그 기틀을 마련한 것 중 하나가 인력송출이었다. 우리나라의 해외 취업이주는 1903년 하와이 농업노동 이주로 시작됐다. 불과 30년 전만 해도 한국은 사람을 해외로 내보내는 송출국이었다. 지금은 한반도 전체 인구의 10%에 해당하는 726만8000명이 전 세계 176개국에 살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아시아 지역에서만도 15개국 이상의 나라에서 노동자들이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우리나라를 찾아오고 있다. 현재 170만명이 넘는 이주자들이 우리나라에 살고 있다. 이들의 저임금 노동이 우리나라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이주노동자들의 권리를 제약하고 노동력을 착취하는 노동탄압국으로 남아 있다. 더군다나 법의 정신에 따라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앞장서야 할 대법원이 직무유기로 이주노조의 설립을 미루고 있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대법원은 하루빨리 이주노조의 설립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기를 촉구한다.(이 글은 2014년 8월 12일에 발표된 ‘2014 한국 사회 인종차별 실태 보고서’를 참고했다)

<이수호 갈등해결센터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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