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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증언자들이 사라지고 있다 조회수 2015-06-04
증언자들이 사라지고 있다
 

한국이주인권센터 박정형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에 대한 일본정부의 사과와 피해배상 문제는 아직 풀리지 않았다. 관련 기사는 등장할 때마다 ‘현재 위안부 피해 할머니 몇 분이 생존해 계신다’는 내용을 담는다. 이는 진실을 밝히고 명예를 회복해야 할 할머니가 많이 돌아가셨고, 일본정부가 할머니들이 돌아가시기를 기다리면서 사건을 덮으려 한다는 걸 보여준다. 기사를 접할 때마다 ‘한국인’ 또는 ‘여성’으로서 감정 이입해 비극을 떠올리며 가슴 아파했던 것 같다.

그런데 최근에 비슷한 기사를 다시 접했을 때, 약간은 다른 기분이 들었다. 지난해 만난, 인신매매 피해 경험을 한 이주여성들이 떠올랐던 것이다.

지난달 전화를 받았다. 작년 예술흥행비자 실태조사 때 부산에서 인터뷰한 필리핀 여성 이었다. 우리가 부산에 온 것을 어떻게 알고는 양산에서 일부러 찾아온 분이다. 자신의 피해상황을 진술하면서 부르르 몸을 떨던 장면이 눈에 선하다. 이 분의 사연을 무거운 마음으로 일부 소개한다.

이 분은 필리핀에서 한국 에이전시와 ‘가수 활동’을 하기로 계약하고 2008년에 한국에 왔다. 그런데 한국에서 일하게 된 곳은 성매매 업소였다.

업소 관리자는 “이런 거 하는지 모르고 왔느냐”며 도리어 물어봤다. 3개월 동안 입국 비용을 공제한다는 명목으로 임금을 받지 못했고, 하루에 손님 4~6명을 접대하는 건 기본이었으며, 생리를 하는 날에도 성매매를 시켰다. 쉬는 시간에는 손님들에게 전화해 호객해야 했다. 도망을 치지 못하게 일거수일투족을 감시 당했다. 도저히 버틸 수 없어 알고 있던 미군에게 부탁해 업소를 겨우 탈출했다. 자연스럽게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됐다.

지난달 이분에게서 전화가 왔을 때는, 한층 강화된 불법체류자 단속으로 여수 외국인보호소에 수감된 상황이었다. 정부가 ‘외국인 범죄율’을 줄이겠다며 벌인 단속이었다.

출입국사무소에서 강제출국 시키려 하는데, 옛 업주를 고소할 수 없느냐고 내게 물었다. 소송할 수는 있는데 너무 오래된 일이고, 또 증거가 없어 피해를 입증하기 어렵고, 소송을 진행한다고 해서 보호소에서 나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답했다. 한참 동안 말이 없던 그 분은 ‘여성, 인권은 어디에 있냐’며 말을 흐렸다. 할 말이 없었다.

이분은 소송하지 않고 필리핀으로 돌아가는 걸 택했다. 한국사회의 모순이 가장 응집된 곳, 가장 폭력적인 곳을 ‘이주민’들이 채우고 있다. 그러나 그 곳에서 힘겹게 버텨낸 이주민들은 한국사회에서 너무도 쉽게 사라진다. 이들이 견뎌낸 한국사회야말로 우리가 알아야 할 진짜 모습이 아닐까.

혹자는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생존자와 성매매 피해 이주여성을 등치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피해자가 양산되는 양상은 비슷하다. 피해자에 대한 책임 회피도 비슷하다. 피해자 보호는 어찌 이리 미흡한지, 왜 이들은 계속 사라지고 있는지, 함께 고민해봤으면 한다.

*이 글은 2015년 4월 13일 시사인천에 기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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